아빠의 장광설이 시작되었다.
언제나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해 보아도 아빠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으면
가벼운 이야기도 돈이야기도 모두
공자님 말씀 혹은 범인류적 인생철학으로 옮아가는걸.
오늘밤도 휴가보너스를 떼어먹히고 못받을거같다는 내 푸념을
아빠는 그런걸 이겨내고 큰 인간이 되어야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지었다
누나와 엄마는 역정을 내며 아빠를 규탄했고, 아빠는 또 조금 서운해했다
가장 재밌고, 어쩔수 없는 일은
어려서부터 난 절대 아빠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결국 나역시 아빠처럼 범인류적범우주적인 거대한 결론을
나에게 남들에게 너에게
검증한 적도 없으면서 주입시키고 강요시킨다는것
힘들었겠지
나도 알아. 나도 알고 나도 나자신이 싫고
내몸에 흐르는 역사가 싫지만
나로서는 그게 가장 노력한 거였는걸
그래도 모처럼 맘에 드는
아빠를 닮은 내 얼굴.